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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후성유전학과 국내외 기업들의 도전

작성자
genomictree
작성일
2017-02-02 01:00
조회
1846

바이오스펙테이터 박준범 기자


참신성ㆍ선택성 높인 새로운 물질로 제2의 부흥기 가능성..빅파마ㆍ국내기업들 신약 개발 타진

지난 2013년 5월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브라카유전자(BRCA)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수술을 받았다. 브라카유전자는 DNA손상시 다른 단백질과 반응해 손상된 이중나선 DNA를 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유전자에서 이상이 생기면 DNA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암 발생 원인이 된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브라카유전자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췌장암, 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브라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모든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동일한 유전자라도 작동 양상이 달라지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전자에 메틸기와 아세틸기가 붙으면 그 유전자의 작동이 허용되거나 차단된다. 이는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이란

후성유전학이란 유전자 DNA염기서열과 변이에 의한 표현형을 넘어 유전자의 제어시스템 즉 유전자의 발현 조절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DNA 정보는 2m 가량의 긴 줄 안에 있는데 이것이 세포 핵안의 2~4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2~4미터) 공간에 실뭉치처럼 꼬여서(Packing) 들어 있다. 얼마나 강하게 꼬여 있는가에 따라 DNA속 유전자는 발현될 수 있고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느슨하게 꼬인 부분의 유전자는 쉽게 발현되지만, 너무 강하게 꼬여 있는 부분의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히스톤 아세틸화, DNA 메틸화 개념도

유전자의 발현과 억제를 담당하는 물질과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히스톤 단백질은 염색질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분자로서 히스톤에 생성되는 화학적 변형의 종류는 염색질 구조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가령 히스톤이 아세틸화(Histone acetylation, HAT)되면 히스톤과 DNA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지게 되고 이는 DNA의 전사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반대로 히스톤이 탈아세틸화(Histone deacetylation, HDAC)되면 DNA 전사가 힘들고 해당 유전자는 발현 못한다(gene silencing). DNA 메틸화(Dna Methyltion, DNMT)는 DNA에 메틸기가 붙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DNA는 비활성화 된다.

꼬인 정도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흡연이 유전자 변형을 초래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연구팀이 ‘흡연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들’을 연구해 인간분자유전학(Molecular Human Genetics)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자. 연구 결과에 의하면 흡연은 DNA 95곳에 메틸을 부착(DNA Methylation, DNA 비활성화) 시킨다. 이 부위들이 관여하는 기능을 살펴보니, 인슐린 수용체 결합, 포도당 흡수, 면역세포 분화 조절, 인터루킨 같은 면역물질 생산, 정소 세포 분화였다. 흡연자들은 당뇨병, 면역기능 이상, 남성 불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성유전학의 발자취

후성유전학의 개념은 1940년대에 처음 등장한다. 영국의 생물학자 콘래드 와딩턴은 염색체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 후성유전학이라는 개념을 만든다. 라틴어 접두사 ‘epi’는 ‘~외에’, ‘~에 더하여’라는 뜻으로 후성유전이란 유전체 외에 저장된 정보란 의미다. 이후 50년간 유전학자, 분자생물학자와 함께 DNA가 정보를 저장하는 유일한 수단인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발전한다. 1996년에 미국 록펠러대 데이비드 앨리스 교수는 히스톤 아세틸기 전달효소를 발견한다. 히스톤에 아세틸기가 붙으면 DNA의 전사(transcription)가 촉진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는 같은 염기서열을 가진 DNA라 하더라도, 아세틸기가 붙음에 따라 해당 DNA의 발현이 더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DNA의 전사를 저해하는 메틸기 전달효소도 발견되는 등 후성유전학은 비약적인 도약을 누린다.


▲히스톤단백질을 싸고있는 DNA 이중나선(제넨텍 홈페이지)

후성유전학은 어떤식으로 신약개발에 활용될까.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 일명 JAK 저해제)를 예로 들어보자. JAK 키나아제가 자극되면 JAK2를 통해 H3Y41가 특이적으로 인산화되고 크로마틴 억제자인 HP1α의 결합을 방해하여 LMO2 같은 급성림프성백혈병단백질의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JAK2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JAK2 조절에 문제가 있는 급성림프성백혈병의 치료제를 만드는 식이다

2004년 셀진(Celgene)이 개발한 아자시티딘(Azacitidine)은 DNMT(DNA methylation) 저해제로 후성유전학 계열 최초 의약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품은 골수이형성증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받는다. DNMT저해제는 암 억제 유전자의 활성을 방해하는 과메틸화를 저해해 암 억제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하게 만든다. 2006년에는 HDAC(histone deacetylase) 저해제로 머크사의 보리노스타트(Vorinostat)가 골수종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고, 2009년 셀진의 로미뎁신(Romidespin)이 승인 받았다. 히스톤 단백질은 변형을 통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끔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HDAC저해제는 암세포 생존 관련 인자의 활성을 저하시켜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후성유전학 계열의 항암제는 내성 없이 암을 치료하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목 받았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항암제 투여 후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기존 약물이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된다. 더 강력한 항암제를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후성유전학 단백질들은 항암제의 공격을 방어하고 암세포의 유지와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이런 단백질들의 작용을 억제하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면서도 암을 치료하는게 가능할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실로 나온 후성유전학 치료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치료 반응률이 낮고 효능은 미미하고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다. 분석기법이 발전해 HDAC 단백질 하위계열(subfamily)은 11개의 효소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과거 승인 받은 HDAC 계열 약물들은 HDAC 모든 계열(subfamily)을 억제, 의도하지 않은 단백질까지 저해하고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면 HDAC4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 질병인데 HDAC1~11 모두를 저해하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후성유전학이 낮은 치료율에 고난을 겪는 시기에 세포치료제인 CAR-T가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보여주며 학계, 제약사를 열광케 했다. 혈액암 적응증으로 완전 관해를 포함한 절대적인 효능을 보이자 연구자와 언론은 CAR-T를 암 정복의 새로운 첨병으로 삼았다. 비슷한 시기에 옵디보, 키트루다와 같은 PD-1저해제로 대표되는 면역관문저해제도 우수한 효능을 보이며 등장해, 후성유전학으로 쏠리는 관심은 점점 사라졌다.

최근 후성유전학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면역관문저해제가 병용 투여를 통한 반응률과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 하나가 후성유전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화학기술 발달로 예전과 같이 여러 단백질을 한번에 저해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저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빅파마들도 후성유전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빅파마 동향

지난해부터 빅파마들은 CAR-T나 면역관문치료제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점차적으로 관심을 높이는 추세다.

후성유전학을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회사는 인사이트(Incyte)다. 인사이트는 LSD1저해제를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소세포폐암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고, BRD는 림프종에 적용해 개발 중이다. LSD1과 BRD 병용투여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타깃이다. 이와 관련된 모든 임상은 아직 전임상 단계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미국 암학회(AACR)에서 10건의 발표 중에서 5건을 후성유전학 관련 파이프라인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2016년 AACR에서 Incyte사가 발표한 파이프라인 라인업(2016년 Incyte사 AACR 발표자료)

면역관문저해제 강자인 머크도 후성유전학을 이용한 항암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2건의 기술을 도입했다. 지난해 6월 머크는 영국암센터로부터 5억1500만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도입한 PRMT5(PRotein arginine MeThyltransferase)단백질은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 시키는 효소인데, 이는 암환자의 90%가 결손을 보이는 p53유전자에서 많이 발현된다. 머크와 영국암센터는 PRMT5 저해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계약은 머크가 후성유전학 관련 기술도입을 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번째 사례다.

머크는 지난해 11월 독일의 프로테로스(Proteros)사와 1억2600만달러(약1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머크는 프로테로스사의 모든 후보물질에 접근가능하고 임상 후 상업화 권리를 가졌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는 기술도입을 통해 파이프라인 확충했다. 미국소재 후야(HUYA)로부터 림프종과 고형암 타겟의 HDAC저해제의 개발 및 상품화 권리를 도입했다.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만을 대상으로 총 2억8000만달러(약3100억원) 규모다. 아시아판권만 도입한 것을 감안하면 계약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약물이 HDAC 1,2,3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인수를 통해 후성유전학에 접근한다. 2015년 5월에 덴마크 소재 에피테라퓨틱스(EpiTherapeutics)를 6500만달러(약700억원)에 인수했다. 길리어드는 에피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후보물질들은 특이한 기전(novel)을 가졌고, 화합물질의 선택성이 매우 우수하며, 최초의 물질(first-in-class)이 많다는 점을 인수 이유로 꼽았다.

이런 움직임이 최근 들어 많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과학의 발전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는 저해하고자 하는 단백질 전부를 저해하는 기전이어서 약효 대비 부작용이 컸지만, 화학기술의 발전이 저분자 화합물의 선택성이 커지면서 단백질군 중에서도 원하는 하나의 단백질만 저해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부작용은 줄어들고 약효는 증가하며 빅파마들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제약사 동향

국내에서도 후성유전학을 활용해서 신약 개발 및 진단기기를 만드는 업체가 다수 등장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제약사들을 비롯해 크리스탈지노믹스, 큐리언트, 카이노스메드,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벤처들도 후성유전학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지노믹트리는 후성유전학 유래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 중 후성유전학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가장 앞장선 곳은 종근당으로 평가된다. 종근당은 HDAC저해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HDAC 저해제를 이용한 CKD-581은 림프종, 다발수종을 적응증으로 국내에서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이 후보물질은 특정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힌다. HDAC계열의 단백질은 총 11 중 종근당은 6번째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저해한다. 이것이 HDAC6저해제다. 종근당의 CKD-506는 자가면역 치료제,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지난해 8월 유럽에서 임상 1상시험에 진입했고, CKD-504는 헌팅턴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등 적응증을 확장해서 연내 해외 임상 1상 진입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열린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신규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면서 그 중 후성유전학과 관련된 기술도 확인 됐다. 한미약품이 그간 기술 트렌드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적절하게 개발해서 기술수출을 해 왔던 이력을 보면, 새로 추가된 이중항체, 희귀질환치료제, 카이나제 타깃 프로그램, 후성유전학 프로그램에서 개발된 파이프라인들도 머지않은 시일내에 주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미약품 JP헬스케어컨퍼런스 발표한 2017년 개발 파이프라인(2017년 한미약품 JP헬스케어 발표자료)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바이오벤처 비악티카(Beactica)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성유전학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비악티카는 2006년 설립 이후 후성유전학과 관련 물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으며 베링거인겔하임, 얀센와 공동 연구한 경험이 있다. 현재 비악티카사가 내새울만한 파이프라인은 리신 특이 히스톤 디메틸라제(lysine-specific histone demethylases)로 단백질은 LSD1과 KDM1A가 있다.

바이오텍에서도 활발하게 후성유전학 기반 신약개발을 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HDAC 분자표적 항암제를 난치성 희귀암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를 적응증으로 임상 1b/2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큐리언트는 CDK7(Cyclin-dependent kinase)저해제를 항암제로 개발중이다. 기존 CDK저해제에서 선택성을 높여 11개의 단백질 중에서 7번째 단백질만 저해하도록 한 것으로 현재 물질 최적화 단계다. 카이노스메드는 항암제로 DNMT, EZH2, BRD4 세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물질최적화 및 전임상 단계다.

지노믹트리는 후성유전학 유래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암진단키트를 만들고 있다. 신데칸2(Syndecan) DNA 메틸화 테스트 키트는 대장암을 조기진단 할 수 있고 현재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항암 치료제 연구 동향이 세포치료제 쪽으로 치중된 경향이 있는데, 선택성 높은 저분자화합물은 병용투여에 아주 좋은 선택사항이기에 후성유전학을 이용해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를 개발하면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범 기자 joonbeom.park@bi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