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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정확성 탁월, ‘후성유전학 마커 탐색부터 개발까지’ 노하우 보유
요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 발생확률이나 고/저위험군 등의 지표를 알려주는 분석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많다. 그러나 이 발생확률이라는 것이 꼭 특정 암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일 뿐이다.
기상청에서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예보했는데 비는 오지않고 35도 넘는 무더위 속에서 하루종일 우산을 챙겨 들고 돌아다녔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짜증스러운 일이겠는가.
지노믹트리는 유전자 정보가 아니라 유전자보다 더 정확성을 가지는 후성유전학 마커에 집중해 발생확률을 넘어서 정확한 조기 암진단 시장에 뛰어든 회사다. 지노믹트리는 2014년에 혈액을 이용한 대장암 조기진단키트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대장암(대변), 방광암, 폐암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장암은 초기 진단으로 충분히 예방가능한 질환인데 다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간편하고 정확한 암 조기진단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유효성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자체 기술력으로 찾은 ‘후성유전학 마커’에 있다.
◇ 유전자를 조절하는 소프트웨어, 후성유전학
개인이 가진 유전자 서열을 이용해 특정암에 대한 감수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암에 걸릴 확률이 80%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수치는 일반인과 암에 걸렸던 사람들의 유전자 서열을 비교해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유전자 서열을 확률로 계산하는 것이다.
결국 80%는 병에 대한 취약성을 말할 뿐 실제 걸릴 확률이 80%라는 의미는 아니다. 식생활 습관과 같은 환경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값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유전정보 이외에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또 우리 몸은 약 200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부세포, 근육세포, 신경세포를 떠올려 보면 생김새와 쓰임이 얼마나 다른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를까?
DNA는 변하지 않으며 매우 안정적으로 핵 안에 보관돼 있다. 각각의 세포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끊임없이 만드는 단백질 제조 공장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특정 단백질이 필요한 경우 설계정보를 가진 DNA서열에 접근해 두 가닥으로 묶여 있는 DNA를 풀어 유전정보를 인식한 후 단백질을 발현한다. 그런데 DNA에 접근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세포 안 DNA를 떠올리면 염기가 일렬로 연결된 긴 두 가닥이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 DNA는 긴 가닥 주변에 화학작용기와 단백질 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을 가진다. 후성유전체는 이렇게 변하지 않는 DNA 주변에 붙어있는 있는 모든 변화를 총칭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주로 유전자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DNA에 화학기를 붙여 유전자 인식을 방해하거나 단백질로 꽁꽁 묶어 접근하기 힘들게 한다.
하나의 세포가 다른 모습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단순한 원리에 기반하는 것이다. 세포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는 단 하나지만 세포의 후성유전체는 제 각각으로 발생에 따라 특정 시기에 원하는 유전자 접근성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생활습관만으로 암 발병률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도 스트레스, 식습관, 운동, 약물, 노화, 학습 등 모든 환경적 영향으로 DNA이상의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를 하드웨어로 비유하자면 후성유전학은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epi’는 ‘넘어서다’라는 뜻으로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에 생긴 화학적 변화를 이용한다는 점이 기존의 유전체 분석 회사들과 다르다.
다시 질병진단 측면으로 돌아가면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질병이 걸릴 확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노믹트리가 주목한 것은 유전자를 화학적으로 변형해 억제하는 ‘메틸화(Methylation)’다.
◇메틸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로 탁월
메틸화는 화학 작용기인 메틸기(-CH3)가 D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 중 싸이토신(C)에 붙는 현상으로 메틸화가 일어나면 관련 단백질들이 DNA에 결합하게 되고 해당 부위를 억제한다. 때문에 DNA 메틸화는 ‘유전자 스위치를 끈다(off)’고 비유되기도 한다.
지노믹트리는 암환자의 특정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메틸화 현상을 이용해 암을 조기 진단한다. 안 대표는 “메틸화 현상으로 어떤 질병을 조기진단 타깃으로 할지 고민할 때, 먼저 떠오른 것이 암이다. 뇌질환, 당뇨의 경우 눈에 보이는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든 반면 암은 수술 후 조직을 채취해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암에 의한 피해는 너무나도 자명해 이를 암 조기진단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틸화와 암 발병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
간단히 설명하면 정상세포에서 종양억제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메틸화로 인해 발현이 약해지거나 꺼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암 질환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유전자에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프로모터가 있는데 특이하게 메틸화가 가능한 C자리 다음에 G가 따라오는 염기서열 CG가 반복돼 나타나는 ‘CpG 섬(CpG island)’을 포함한다. 특정 암에서 이러한 프로모터 부위가 ‘메틸화 돼 있는 정도’로 질병이 발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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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메틸화와 암 발생과의 관계출처: 지노믹트리 제공
안 대표는 “특히 이러한 메틸화가 조직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대장암 환자조직에서 신데칸2(Syndecan2)라고 불리는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분이 메틸화 돼 있는 정도로 대장암을 조기진단한다.
DNA 메틸화를 바이오마커로 쓸 경우 상당한 장점을 가지는데 DNA 자체가 매우 안정적이며 PCR을 통해서 양을 증폭할 수 있어 환자의 혈액, 용변, 소변과 같은 액체시료(Liquid biopsy) 속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DNA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비정상적인 DNA 메틸화는 특정 암을 지닌 암환자에서 대부분 동일하게 나타나며 암 발생 초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암 전단계인 전암변병 단계에 있는 세포에서도 감지된다. 조기진단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다른 유전자 진단회사의 경우 mRNA나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로 이용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로서 mRNA는 DNA정보 복사본인 전사체로 PCR을 통해 증폭이 가능하지만 물질자체가 매우 불안정해 쉽게 파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액체시료에서는 측정이 어렵다. 단백질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DNA로부터 만들어지는 최종 산물이기에 정확성이 높지만 증폭이 불가능해 많은 양의 시료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생리적?환경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메틸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현성이 떨어진다.
결국 DNA 메틸화 바이오마커로 쓸 경우 초기 암진단이 가능하며 체액속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며 작은 양으로도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질병 연관성이 크다는 장점까지 지닌다.
그렇지만 인간 유전체가 30억개의 염기서열로(3 billion base pair (bp)) 구성돼 있다는 것을 염두해보면 총 100bp로 이뤄진 신데칸2에서 3개의 메틸화 자리를 찾은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메틸화 바이오마커는 어떻게 찾는 것일까?
그는 회사가 가진 메틸화 바이오마커 발굴기술을 그물과 자석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사람의 유전체에서 그물로 암세포에서 차별적으로 메틸화가 나타나는 유전자 후보를 걸러내 메틸화된 DNA를 자석으로 끌어당겨 특이적으로 선택?분리 한다는 것.
◇강력한 마커를 찾아서, 그 탐색 과정은?
이제 관건은 특정암을 대변할 수 있는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으로 지노믹트리는 자체적으로 MeDIA(Methylated DNA isolation Assay)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조직세포, 혈액, 대변과 같은 생체 시료로부터 얻어진 DNA들 속에 존재하는 메틸화된 부위만 분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MBD2bt라는 단백질 조각으로 이는 메틸화된 DNA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MBD2bt는 메틸화된 DNA에 특이적으로 붙는 동시에 자성비드와 결합할 수 있는 His-tag 부분을 가지고 있다.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환자 조직에서 분리된 DNA를 확보한 다음 이를 조각조각 내 MBD2bt와 결합할 수 있게 일정시간 반응시킨다. 그러면 메틸화된 DNA에 MBD2bt가 붙고 이 부분에 자성비드도 결합하게 된다. 이후 자석분리기로 자성비드를 끌어내 메틸화된 DNA 서열을 확보한다.
MeDIA 기술의 목적은 다양한 생물학적 시료에 존재하는 유전자에서 메틸화 DNA를 특이적으로 포획하는 것이다. 이후 확보된 메틸화된 DNA 서열을 기반으로 DNA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NGS)을 수행하면 정상조직세포와 암조직세포군의 전체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는 DNA 메틸화 서열을 대량 비교?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여러 개의 메틸화 DNA가 바이오마커 후보로 정해지게 된다. 그 다음 바이오마커는 암조직에서 유효성을 테스트한 다음 특정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회사가 첫 번째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신데칸2는 대장암 환자의 혈액을 2ml 채취한 다음 혈청 성분에서 유리세포 DNA를 검출한다. 다음 LTE-qMSP(Linear Target Enrichment-quantitative Methylation Specific PCR)기술로 메틸화 DNA를 증폭시킨 후 대장암 환자에서 바이오마커인 신데카2의 메틸화 자리를 확인해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임상결과 바이오마커가 얼마나 특정암을 잘 대변하는가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민감도’와 ‘특이도’다. 강력한 마커 혹은 이상적인 마커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두 값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유효성이 높은 것이다.
안 대표는 “진단은 결국 민감도와 특이도를 높이는 싸움이다. 그런데 민감도와 특이도는 마치 시소 같아서 둘 다 높이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SDC2라는 강력한 바이오마커를 찾은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예방가능한 대장암, 조기진단 시장의 진짜 가치
회사가 2014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EarlyTect-GI SDC2 Kit는 혈액검사를 통해 대장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키트다. 131명 대장암 환자와 125명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민감도 87.0%, 특이도 95%를 나타냈으며 특히 초기 대장암 단계인 병기 I기 환자에서 92.0%의 높은 민감도를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돼 CNN Health, NBC News 등 전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각 병기에 따라 혈청으로 SDC2 바이오마커 임상시험 결과출처: 지노믹트리 제공
지노믹트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제품 적용점을 확대해 분변을 대상으로 한 대장암 조기진단에 대한 유용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변을 사용해 대장암 위험군을 식별하는 체외분자진단제 임상유효성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1g의 분변을 이용한 탐색임상시험에서 대장암을 90%의 민감도와 89%의 특이도로 진단할 수 있는 임상적 성능을 확인했다. 더불어 1 cm 미만의 작은 용종을 지닌 환자를 40% 정도의 민감도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임상시험결과를 국제학술대회 (Molecular Tri-Conference 2016)에 포스터 발표를 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현재는 한국식약처 품목허가를 위한 확증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암을 조기진단하는 다른 경쟁업체는 없을까? 아직까지 국내에는 뚜렷한 경쟁업체는 없다. 글로벌 경쟁사로는 미국의 이그젝사이언스(Exact Science)와 독일의 에피제노믹스(Epigenomics)가 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회사로 현재 미국시장에 진출해 있다.
에피제노믹스의 경우 혈액을 이용해 대장암을 조기 진단한다는 면에서 유사점을 갖고 있지만 지노믹트리에 비해 5배의 혈액량(10ml)을 요구한다. 검사 횟수 또한 3회다. 마커유전자로는 셉틴9(Septin9)이라는 유전자 메틸화를 사용하는데 민감도는 71%, 특이도는 81%에 그친다.
반면, 이그젝사이언스의 경우 대변을 이용하며 2가지의 메틸화 DNA 마커와 7종 DNA돌연변이, 면역화학적분변잠혈검사 (FIT)를 포함한 다양한 마커를 이용한다. 때문에 검사비용이 비싸고 복잡하지만 민감도는 92.0%로 우수한 값을 가지며 특이도는 87%로 지노믹트리와 동등한 임상기능을 나타낸다는 것, 이 검사는 미국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하다.
지노믹트리는 단순히 대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방광암, 폐암 조기진단 제품도 올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 외 위암 자궁경부암, 간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의 메틸화 바이오마커 발굴을 완료하고,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조기진단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지출을 완화할 수 있으며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시장”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환자의 순응도가 가장 높은) 소변을 이용해 조기진단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성민 기자 sungmin.kim@bios.co.kr